한참 동안 내리던 비가 그치고 유난히 날씨가 좋았던 어느 날, 해밀턴을 처음 방문했다.
가는 차 안에서 흐르는 강 위로 이름 모를 자그마한 다리가 있고 주변의 집들과 석양빛에 더욱 색을 더하던 단풍을 바라보며 고국과 나의 군생활 시절이 떠올랐다.
삼십여 년 전 경기도 연천군 옥계리 북방 *GP 가 (*비무장 지대 안에서도 높은 고지에 위치하여 관측장비로 북한 적정을 직접 육안으로 살피는 곳) 나의 첫 부임지였다.
GP 둘레는 148M정도로 물을 길러 가는 경우와 부식 차 혹은 방문차량 있어 경계근무를 나갈 때를 제외하고는 몇 십 명의 병사들은 148M 안에서만 생활을 해야 했다.
GP 안에 코스모스가 피어있던 기억으로 보아 가을 즈음이었던 것 같다. 군대 갔다 오신 분들은 모두 아시듯 군대는 외부에서 방문자가 있을시 환경정리를 하고 야간경계근무를 서고 때로는 취침중인 병사들을 깨워서 일을 시켜야 했다. 그 중에서도 쓸어도 쓸어도 떨어지는 낙엽이 가장 골칫거리 같았다. ‘어떻게 하면 애들 고생을 덜 시킬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모든 병사들을 동원해 GP 안에 있는 모든 낙엽을 다 일시에 제거하도록 지시했다. 더 이상 떨어질 낙엽도 없고 쓸 낙엽도 없어지니 내가 보기엔 참 시원하고 깨끗해 보이고 좋았다.
그런데 이것이 내 생각이기만 했던 모양이다.
GP 지휘소에서 야단이 나서는 연락이 왔다. 멀리서 보면 다른 GP는 아카시아 잎으로 약간의 위장이 되어있는데 우리 GP만 덩그러니 다 들여다보인다는 것이었다. 상급 지휘관으로부터 약간의 질책이 있었지만, 취지가 병사들 취침 여건 개선에 있다고 하여 큰 일은 없었다.
그때 지휘관은 나에게 아무리 뜻이 좋아도 주변 여건과 조화를 이루어 가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다. 일이 더 붉어졌다면 더 시끄러웠겠지만,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이곳 교민 사회에서도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은 버리고 어울리며 더불어 살길 바래보았다.
해밀턴을 방문했던 기간 동안 모든 교민 분들과 하시는 일들에 주님의 은총이 항상 함께 하시길 기도했다.
운영자 주 :
구선생님께서는 현직 중령 시절까지 오랜시절 군에 몸 담아 오셨습니다.
많은 병사들과 함께 해온 직업 군인의 길이었지만 만나 뵐 때면 소탈하고 넉넉한 인품에 늘 푹 빠지곤 합니다.
첫 글 감사드리며 뉴질랜드 생활에서도 더욱 행복한 일들만 있으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