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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님의 은사를 불일 듯 일으키라” 한명수 목사(해밀턴장로교회 담임)

 
 내가 살고 있는 해밀턴은 도시의 중심을 관통하는 강이 흐르고 있다. 타우포의 후카 폭포에서 시작해서 물은 오클랜드에 있는 와이카토 항구를 통해 바다로 향한다. 대지가 누렇게 타 들어가고 있는 줄 아는지 모르는지 강물은 유유히 자기 길을 간다.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농사를 지으셨다. 가뭄이면 논바닥이 바둑판처럼 갈라지곤 했다. 바짝 말라가는 벼를 보며 애태우신 모습이 생각난다. 수로를 통해 모 자라는 물을 공급받기 때문에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다.  


 종교개혁자들의 헌신에 힘입어 성경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여러 번역본이 있고 조금만 노력하면 원어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료들도 많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말씀에 대한 갈급함은 더해지고 있다. 배고픔과 더위에 지친 가축처럼 신앙의 자생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가뭄이 해갈되면 따가운 햇살을 참아내며 열매를 맺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먹어도 배고픈 분들이 많아 보인다. 튼실한 열매를 맺기 위한 몸부림은 적고 남들이 요리해준 음식과 첨가제에 익숙해 있다.


 뉴질랜드 현지인 교회 한인 담당 목사로 일하도록 결정돼서 해밀턴으로 가길 기다릴 때가 있었다. 외국에서 목회자로 일하는 경우는 현지에서 공부하다 청빙 받거나, 교회 상황을 둘러본 후 그 다음 일을 진행한다. 난 그럴 여력이 없었다. 첫 담임목회를 앞뒀지만 언어, 재정, 연소함에 염려로 가득했다. 이민교회의 목회가 쉽지 않다는 말은 익히 들어왔다. 또 내가 부임할 교회는 갈등과 상처가 있는 곳이었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할 모험을 앞두고 있었다.

 

 교우 명단을 보며 간절히 기도하며 이메일도 보냈다. 어떻게 목회를 해야 할지를 놓고 하나님에게 묻길 계속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디모데후서 말씀이 맘속에 맴돌았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요 오직 능력과 사랑과 절제하는 마음이니...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으라(디모데전서 1:7-8)" 하나님께서 주시는 마음은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선 맡겨주신 일을 능력 있게 감당하라고 하셨다.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이젠 사랑의 목회를 하라고 하셨다. 절제하면서 이민자들을 위로하라는 감동을 주셨다.


 주님을 사랑한다고 수없이 고백했다. 이젠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는 심정으로 상처와 갈등 속에 있는 분들을 위해 기꺼이 그리스도의 제자직을 감당해야겠다는 확신과 함께 평안을 얻었다. 날 지으신 분도 그곳으로 보내시려는 분도 하나님이심을 맘속 깊이 고백할 수 있었다. 그 말씀이 내 맘속에 살아 움직여 더 이상의 염려나 두려움은 없었다. 비행기로 그 먼 길을 오면서 이 말씀이  내 맘에 강력하게 움직였고 키위 교우들 앞에서도 담대함을 이어갈 수 있었다.


 부목사로 일했을 때 모셨던 담임목사님께서는 늘 성실하셨다. 누구도 간섭하지 않았지만 난 출퇴근 시간을 지키려고 했고 잘하진 못해도 열심과 성실로 일하려 했다. 어느 정도 교회가 안정과 함께 외형적으로 성과를 이뤘지만 갈등의 불씨는 있었다. 그 동안 참았던 불편함이 덕스럽지 못하게 표현되어 위기를 맞았다. 이 어려움 속에서 다시 말씀을 보니,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으라."는 말씀 앞부분에 "오직 하나님의 능력을 따라"라는 말씀이 보였다. "내 힘만 의지할 때 패할 수 밖에 없다."는 루터의 고백처럼 하나님의 능력을 쫓는 목회자로 서 있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로마서 8:2)는 말씀처럼 내 방법과 생각으로 가득했다. 성령 하나님께 묻고 엎드리기 보단 내 감정이 드러났고, 사람들의 맘을 얻으려 애썼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10년이 넘도록 외국 생활이 길어지면서 자존감이 낮아지고 열정도 식어졌다. 믿었던 사람들에 대한 서운함에 뜨거운 눈물이 가슴과 눈앞을 흐리게 했다. 그린(Green) 같은 나라에서 광야(Desert)에 홀로 서 있는 시간들을 보냈다. 그 즈음 다시 말씀을 보는데, "하나님의 은사를 불일듯 하게 하기 위하여 너로 생각하게 하노니-Fan into Flame the gift of God(디모세후서 1:6)"라는 말씀이 내 가슴을 뛰게 했다. 디모데에겐 이미 성령을 통해 바울이 안수함으로 하나님의 '작은 불씨'가 있었다. 바람은 하늘로부터 임하겠지만 그 진원지를 어리고 몸이 약한 디모데를 통해 불꽃을 일으키시려는 하나님의 계획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재래식 부엌에서 아궁이에 왕겨를 넣고 풍구를 돌려 바람을 일으킨 적이 있다. 잠자기 전 삼태기로 겨를 아궁이에 넣으면 새벽까지도 방이 따듯해진다. 활활 타오르지 않아 꺼져 보이지만 불꽃에 바람을 일으키는 풍구처럼 하나님의 은사가 이미 내게 주어진 것을 보게 하셨다. 가이 폭스데이(Guy Fawkes Day)가 있었던 어느 날, 시내에서 집으로 오는데 내 눈앞에서 리드미컬하게 하늘로 춤을 추며 솟아 오르는 듯한 폭죽을 본적이 있다. 마치 올 블랙 선수들이 시합에 출전하기 위해 경기장을 향할 때 폭죽이 터지듯 성령께서 내 맘을 위로하시며 하나님의 은사를 불일 듯 일으키느라 애씀을 격려해 주심처럼 느낀 적이 있다.      


 내 인생의 황금 같은 시간들을 해밀턴에서 보내고 있다. 돌이켜보면 부족한 날 위해 기도하며 함께 울고 웃었던 교우들의 사랑을 잊을 수 없다. 나의 연약함과 허물을 알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그 은혜를 보답하고 싶다. 그러나 언제나 변함없이 날 깨우쳐 주시고 일어서게 하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날마다 순간마다 내가 붙잡아야 할 것은 생명의 말씀이다. 바울 선생은 에베소에 있는 신자들과 작별할 때 "지금 내가 너희를 주와 및 그 은혜의 말씀께 부탁하노니, 그 말씀이 너희를 능히 든든히 세우사 거룩케 하심을 입은 모든 자 가운데 기업이 되게 하시리라(사도행전 20:32)" 그들을 하나님과 그의 말씀께 부탁하고, 그들로 영적인 성숙을 위한 영양 공급과 하나님과 함께 할 영원한 기업을 받도록 하시겠다는 말씀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복 있는 사람은 하나님의 말씀을 밤낮으로 묵상하는 사람이라고 시편기자는 말씀했다. 성경은 내 삶의 현장에서 적용하고 씨름하고 열매 맺어야 한다. 가뭄 속에서 뿌리가 더 물줄기를 향하듯 날마다 순간마다 말씀을 붙잡아야 한다. 개혁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순간 순간 깨닫게 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고 앞으로도 생명의 길로 인도할 것이다. 말씀의 광맥을 찾는 준비를 해야 한다. 만나와 메추라기를 하늘로부터 받아 먹던 광야의 백성처럼 기대와 사모함을 회복해야겠다. 디모데후서를 통해 필요에 따라 공급해주신 하나님의 말씀은 너무도 분명한 내 삶의 이유와 부르심이 보게 하신다. “너는 내가 우리 주를 증언함과 또는 주를 위하여 갇힌 자 된 나를 부끄러워하지 말라(디모데후서 1:8)”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부끄러워 말고 골리앗 같은 세상의 큰 장벽을 향해 담대히 달려 나갈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의 은사를 다시 불일 듯 일으키라.”는 도전의 말씀 앞에 지금 내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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